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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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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준봉 작성일-1-11-30 00:00 조회3,0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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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의 대상
왼발에 신어야 할 신을 오른발에 신거나 뒤축을 꺾어 신고, 덜렁덜렁 학교에 오다가아참, 가방!"하며 다시 집으로 뛰어가 가방을 메고 오는 1학년 남자 아이가 있었다.공부시간이면 책상 가득 학용품들을 모조리 내놓고 손장난을 하다가 그대로 팽개쳐 놓고 집으로 돌아간다. 운동화를 꺾어 신지 말라고 하면 엄마가 돈이 없다고 신을 안 사줘서 작은 신을 꺾어 신어야 한다.고 능청스러운 거짓말도 곧잘 한다.유난히 허리가 가는 그 아이의 어머니는 울기도 많이 한다고 한다. 늘 죄송하다고 그 가는 허리를 숙여 꾸벅꾸벅 내게 절을 한 지가 어느새 1년, 그 아이가 2학년으로 올라갈 무렵이었다.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처음 보는 그 아이의 아버지와 아이 그리고 어머니가 벌떡 일어나 반갑게 손을 맞잡으며 기다렸다고 한다.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 갑자기 아이를 중간에 세우고 부부가 양편으로 갈라서더니, "선생님, 우리 아이를 잘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는 말과 동시에 넙죽 엎드려 큰절을 한다. 당황한 나는 어쩔 줄 모르다가 동시에 맞절을 했다.나보다 나이 많은 부부에게 큰절을 받고 무안해서 얼굴이 붉어졌지만 난 곧 평정을 찾았다.이런 이야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상당히 높은 지위의 아버지가 자신의 지위로 인해 교사까지 우습게 여기는 아들을 염려하여 어느 날 교사를 집으로 초청하고는 도착했다는 전갈을 받자 맨발로 달려나와 교사 앞에서 절을 하며 깍듯이 모신 후. 아이의 태도가 달라지더라는................그날 내게 찾아온 아버지는 상당한 지위에도 있지 않았고 가정도 어려웠다. 그날 그 부부가 사온 작은 팔각형 밥상이 그들에게는 큰 지출이었을 것을 나는 안다.나는 그 날 이들에 앞에 한없이 존경받는 인물이 되기로 했다. 그 아이가 적어도 자라면서 젊은 여교사 앞에 엎드려 절을 하던 그 부모를 기억할 것이다.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어느 날 아침, 출근을 하다가 3학년이라는 남자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이야기 끝에 무심코 넌 참 점잖아 보인다고 했었다.그 다음 해 그 아이가 새 학년이 되었을 때 우연히 나는 그 아이의 담임이 되었고 알고 보니 그 아이는 소문난 개구쟁이였다. 그러나 그 아이는 늘 내 앞에서 점잖았다. 아마 자기를 처음으로 점잖게 보아준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했나 보다.그 아이의 어머니는 교사를 봐도 쳐다보지도 못하는 수줍은 여인이었는데 내 자취방 앞에다 슬그머니 김치를 담가다 놓곤 했다. 그 일은 아이가 5학년이 되어 다른 선생님이 담임을 했는데도 계속되었다. 포기포기 정성을 다해 담가다 놓은 김치를 받아  먹으면서 늘 염치없다는 생각과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그 어머니의 정성에 감사하면서도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는데 왜 이런 큰 은혜를 베푸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느 날 그 어머니의 말을 듣고 고개가 끄덕여졌다."엄마, 오 선생님의 어떤 면을 엄마는 존경해?"영웅이 없는 시대, 존경할 것이 없다는 시대 속에서 위의 부모들은 자녀에게 존경할 대상을 만들어주는 현명한 가르침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받을 자격 없는 자를 사랑하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더욱 큰 것이었지만….                                                                                                   글    오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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