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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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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04-10-28 20:48 조회2,9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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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함께 찍은 사진






제가 사랑하는 저의 아버지십니다.
저를 참 사랑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런데 저는 그분을 사랑하게 되기까지
반 백년이 걸렸습니다.
그 분의 진정한 아들이 되고싶습니다.

이제 아버지는
제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짐이 되는 노인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저의 근원이십니다.

나이가 들면서 제가 그렇게 싫어했던 아버지의 단점이
자꾸 제게서 나타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저를 놀려댑니다.
아빠가 꼭 할아버지 같다고
처음엔 그 말이 싫었지만 요즘은 그 말도 좋아집니다.

제게 저를 사랑하시는 아버지가 계시고,
제가 그 분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습니다.

진료실에서나 사회생활에서 저는 매사 조심스럽습니다.
저의 잘못이 저를 사랑하시는 아버지의 이름에
누가 될까 두렵기때문에 ...

제가 밥술이라도 끓여 먹고 살 수 있는 작은 재주 하나 마저도
저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어찌 그리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오랜 세월 아버지를 원망하고 살았지만
아버지의 남은 여생은 그 분의 친구가 되어드리고 싶습니다.
중학교 입학시험 치던 날 절 데리고
시내 외출하여 짜장면 사주시던 것처럼....


그런데 아버지는 이듬해 2월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가 보고싶습니다.




-
panda 글


아버지와 함께 찍은 마음의 사진



한국사회에서 부자지간은 그렇게 대화가 많거나 부드러운 사이는 아니다.
여기 미국에서처럼 서로 포옹을 한다거나 사랑한다는 표현은 상상하기 힘들다.

작년 여름 부모님이 내가 살고있는 곳을 방문하셨다.
유학생의 신분을 벗어나 사회인으로 부모님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내 나이 서른 중반의 일이다. 그러고 보면 유학생만큼 불효자도 없는 것 같다.

달콤하고 꿈같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집안에 3대가 함께 북적거리니 정말 사는 맛이 났다.
손자들이 외치는 할아버지! 할머니! 예뻐서 어쩔줄 모르신다.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가족은 만나고 헤어질 때 꼭 예배를 드린다.
헤어질 때가 돌아왔다. 한국으로 떠나시기 전날 밤에
아버지를 중심으로 온가족이 둘러앉아 예배를 드렸다.
먼저 찬송을 하나 골라서 부르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찬송을 멈추셨다.
목이 메여서 계속할 수 없으셨다. 아내도 멈췄고,
아버지와 내가 어떻게 하든 찬송을 이어나가려고 했지만
그게 쉽게 되지 않았다. 일 절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 가족은 하염없이 눈물만 쏟아냈다.

그 눈물 속에는 여러 가지가 녹아있었다.
한 차례 그렇게 파도가 밀려왔다 나가자
우리는 예배를 계속 진행할 수 있었다.
예배가 다 끝나고 나는 아버지께 축복기도를 부탁드렸다.
쉽게 나온 말은 아니었다.
칠순이 다 되신 아버지께 축복기도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갑자기 용기가 났었다.
우리 부부는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는 기도를 시작하셨다.
나는 조용히 아버지의 오른 손을 잡아서 내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아버지도 내 마음을 아셨는지 왼손은 아내의 머리 위에 올리셨다.
어머니도 한 손은 내 어깨 위에 다른 손은 아내의 어깨 위에 올리셨다.
어버지는 온 힘을 다해서 우리 부부를 축복해 주셨다.
아버지의 기도를 들으면서 난 행복했다. 정말 행복했다.

아멘 소리와 함께 난 아버지를 꼭 안아드렸다.
그런데 눈물이 또 흘러나왔다.
내 마음속의 아버지는 아직도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넘치는 분이였는데
내가 안고 있는 분은 너무 마르고 힘이 없는 노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번이나 말로 표현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이 입 속에서 맴돌았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영 돌아올 것 같지 않아서 입을 열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이것이 내 마음속에 새겨진 아버지와의 최근 사진이다.
내겐 이 최고의 사진이며 없으면 평생 후회했을 사진이다
이 한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용기가 필요했던
우리네 부자지간의 닫혀진 문화가 야속했다.

- Advil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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