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 부부 이야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준봉 작성일06-09-04 13:53 조회3,363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진돗개 부부 이야기
전화를 받은 정욱은 구조장비를 챙겨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 뜰채와 케이지, 특수장갑을 트렁크에 싣고 제보자가 알려준 곳을 향해 차를 몰았다. 정욱이 도착한 곳은 어느 빌딩 주차장 앞.
잠시 후 전화를 한 제보자가 나타났고,
정욱은 함께 주차장 입구의 경비실로 향했다."저기, 좀전에 여기 있던 개는 어디로 갔나요?"
"왜 그러슈?""저희는 동물보호단체에서 나왔습니다.
집없는 떠돌이 개가 여기 있다는 연락을 받고 왔습니다만‥‥‥""그 개‥‥ 여기 없어요. 동네 아줌마가 키운다며 데려갔어요.""개가 다리를 많이 다쳤다고 하던데요.""글쎄, 자기가 집에서 치료하면 된다고 하길래 그냥 데려가라고 했죠."정욱은 경비 아저씨에게서 개를 데려간 아주머니의 집을 물어 찾아갔다.그 집은 그리 멀지 않았다. 정욱이 신분증을 보여주고,
동물보호단체에서 하는 일을 설명했다.
상처 입고 버려진 동물을 치료하고 보호해 주기 위해 찾아왔다고 하니까
순순히 개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마당에 묶여 있는 개는 진돗개 수컷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도 개는 상처가 몹시 심했다.교통사고를 당한 듯 다리를 심하게 절었고 배와 옆구리 부분이 긁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옆에 있는 개는 아줌마께서 키우는 건가요?"정욱은 상처 입은 진돗개 옆에 다른 개 한 마리가 바짝 붙어 앉아 있는 것이
이상해 보였다. "아뇨. 주차장에서 데려올 때부터 두 마리가 함께 있었어요."
정욱이 자세히 살펴 보니 옆에 있는 개는 진돗개 암컷이었다.상처 입은 수컷은 덩치가 크고 늠름하게 생겼고 암컷은 약간 작지만 맑은 눈동자가 귀여워 보였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수컷과 암컷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거 참 이상하다. 둘이 부부인가?"정욱은 수컷을 케이지에 몰아넣으며 야릇한 감정에 사로잡혔다.둘이 언제부터 같이 떠돌아다녔으며 한 마리가 사고를 당했는데도 왜 계속 같이 붙어 있는지‥‥
정욱은 두 마리 모두 차에 태우고 단체 회원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으로 향했다."자, 다 왔다. 넌 여기서 잠시 기다리고 있어."동물병원에 도착한 정욱이 차에서 수컷을 데리고 나오려 하자
갑자기 두마리가 동시에 맹렬하게 짖어댔다.암컷은 정욱을 따라오며 짖어댔고,
케이지에 갇힌 수컷도 버둥거리며 암컷을 향해 짖었다.
"이놈들, 헤어지기 싫은 모양이구나."정욱은 개들이 왜 그러는지 짐작이 갔지만, 어쩔 수 없었다.다친 개는 동물병원에 맡겨 치료를 받게 하고
암컷은 단체에 데려가 보호시설로 보내거나 입양을 보내야 했다.동물병원 직원의 도움으로 겨우 수컷을 병원 안으로 밀어넣은 정욱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 병원 문 앞에서 맹렬히 짖어대던 암컷이
어느 새 자취를 감추었는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부근을 한참 헤매고 다녔지만, 결국 암컷을 찾지 못했다. 그로부터 열흘쯤 후 눈이 내리는 날이었다.정욱은 동물병원의 연락을 받고 수컷 진돗개를 찾아갔다.부서진 뼈를 갉아내고 다시 접합하는 힘든 수술이었지만
수컷은 건강한 모습을 회복하고있었다."아직 다리를 조금씩 절지만,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니 괜찮아질 겁니다."원장이 정욱에게 수컷의 상태를 설명해줬다. "그런데, 이놈 갈 곳은 정해졌어요?""네, 입양해갈 사람이 조금 있으면 여기로 올 거예요.
그래도 복이 많은지 아주 좋은 데로 가게 됐습니다."
정욱의 말대로 얼마 안 있어 입양자가 도착했다.
한때 떠돌이 개로 살긴했지만
입양자는 늠름한 수컷의 모습을 보고 몹시 좋아했다. "멍 멍 , 멍 멍 멍 멍‥‥‥"그런데 갑자기 수컷이 밖을 향해 미친 듯이 짖어대기 시작했다.수컷이 계속 사납게 짖어대자 입양자의 얼굴이 점차 굳어지고
정욱은 영문을 몰라 안절부절했다."아니, 대체 왜 이러지? 입원해 있는 동안 내내 얌전했는데."원장도 입양자의 눈치를 살피며 수컷을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그때였다.수컷이 짖는 곳을 향해 창 밖을 내다본 정욱의 입에 탄성이 흘러나왔다."아! 그랬구나 그래서 네가 짖었구나."병원 안의 사람들은 모두 정욱의 시선을 따라 창 밖을 내다보았다.정욱이 창 밖에서 발견한 것은 열흘 전 수컷과 헤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다
감쪽같이 사라졌던 암컷이었다.암컷 진돗개는 맞은편에서 눈을 하얗게 뒤집어 쓴 채
얌전히 앉아 병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저 개가 며칠 전부터 계속 저러고 있네‥‥‥"굳이 원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정욱은 암컷이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입양자가 수컷을 데리고 병원 문을 나서자
암컷이 눈도 털지 않은 채 곁으로 달려갔다.
정욱으로부터 둘의 사연을 전해들은 입양자는 이미 병원 안에서
그 진돗개 부부를 함께 데려가기로 결정한 뒤였다."적어도 죽음이 갈라놓기 전에는 떨어지지 않고
둘이 함께 살게 해줘야지요. 허허허."
입양자는 개 두 마리의 믿기 힘든 사연을 전해 듣고 몹시 흐뭇해하는 모습이었다.정욱은 동물병원 앞에 서서 입양자를 따라가는 진돗개들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보았다.
바닥에는 입양자를 따라간 진돗개 두 마리의 발자국이
굵은 눈발 속에서 차츰 지워지고 있었다.
전화를 받은 정욱은 구조장비를 챙겨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 뜰채와 케이지, 특수장갑을 트렁크에 싣고 제보자가 알려준 곳을 향해 차를 몰았다. 정욱이 도착한 곳은 어느 빌딩 주차장 앞.
잠시 후 전화를 한 제보자가 나타났고,
정욱은 함께 주차장 입구의 경비실로 향했다."저기, 좀전에 여기 있던 개는 어디로 갔나요?"
"왜 그러슈?""저희는 동물보호단체에서 나왔습니다.
집없는 떠돌이 개가 여기 있다는 연락을 받고 왔습니다만‥‥‥""그 개‥‥ 여기 없어요. 동네 아줌마가 키운다며 데려갔어요.""개가 다리를 많이 다쳤다고 하던데요.""글쎄, 자기가 집에서 치료하면 된다고 하길래 그냥 데려가라고 했죠."정욱은 경비 아저씨에게서 개를 데려간 아주머니의 집을 물어 찾아갔다.그 집은 그리 멀지 않았다. 정욱이 신분증을 보여주고,
동물보호단체에서 하는 일을 설명했다.
상처 입고 버려진 동물을 치료하고 보호해 주기 위해 찾아왔다고 하니까
순순히 개가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마당에 묶여 있는 개는 진돗개 수컷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도 개는 상처가 몹시 심했다.교통사고를 당한 듯 다리를 심하게 절었고 배와 옆구리 부분이 긁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옆에 있는 개는 아줌마께서 키우는 건가요?"정욱은 상처 입은 진돗개 옆에 다른 개 한 마리가 바짝 붙어 앉아 있는 것이
이상해 보였다. "아뇨. 주차장에서 데려올 때부터 두 마리가 함께 있었어요."
정욱이 자세히 살펴 보니 옆에 있는 개는 진돗개 암컷이었다.상처 입은 수컷은 덩치가 크고 늠름하게 생겼고 암컷은 약간 작지만 맑은 눈동자가 귀여워 보였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수컷과 암컷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거 참 이상하다. 둘이 부부인가?"정욱은 수컷을 케이지에 몰아넣으며 야릇한 감정에 사로잡혔다.둘이 언제부터 같이 떠돌아다녔으며 한 마리가 사고를 당했는데도 왜 계속 같이 붙어 있는지‥‥
정욱은 두 마리 모두 차에 태우고 단체 회원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으로 향했다."자, 다 왔다. 넌 여기서 잠시 기다리고 있어."동물병원에 도착한 정욱이 차에서 수컷을 데리고 나오려 하자
갑자기 두마리가 동시에 맹렬하게 짖어댔다.암컷은 정욱을 따라오며 짖어댔고,
케이지에 갇힌 수컷도 버둥거리며 암컷을 향해 짖었다.
"이놈들, 헤어지기 싫은 모양이구나."정욱은 개들이 왜 그러는지 짐작이 갔지만, 어쩔 수 없었다.다친 개는 동물병원에 맡겨 치료를 받게 하고
암컷은 단체에 데려가 보호시설로 보내거나 입양을 보내야 했다.동물병원 직원의 도움으로 겨우 수컷을 병원 안으로 밀어넣은 정욱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 병원 문 앞에서 맹렬히 짖어대던 암컷이
어느 새 자취를 감추었는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부근을 한참 헤매고 다녔지만, 결국 암컷을 찾지 못했다. 그로부터 열흘쯤 후 눈이 내리는 날이었다.정욱은 동물병원의 연락을 받고 수컷 진돗개를 찾아갔다.부서진 뼈를 갉아내고 다시 접합하는 힘든 수술이었지만
수컷은 건강한 모습을 회복하고있었다."아직 다리를 조금씩 절지만,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니 괜찮아질 겁니다."원장이 정욱에게 수컷의 상태를 설명해줬다. "그런데, 이놈 갈 곳은 정해졌어요?""네, 입양해갈 사람이 조금 있으면 여기로 올 거예요.
그래도 복이 많은지 아주 좋은 데로 가게 됐습니다."
정욱의 말대로 얼마 안 있어 입양자가 도착했다.
한때 떠돌이 개로 살긴했지만
입양자는 늠름한 수컷의 모습을 보고 몹시 좋아했다. "멍 멍 , 멍 멍 멍 멍‥‥‥"그런데 갑자기 수컷이 밖을 향해 미친 듯이 짖어대기 시작했다.수컷이 계속 사납게 짖어대자 입양자의 얼굴이 점차 굳어지고
정욱은 영문을 몰라 안절부절했다."아니, 대체 왜 이러지? 입원해 있는 동안 내내 얌전했는데."원장도 입양자의 눈치를 살피며 수컷을 진정시키려 애를 썼다.
그때였다.수컷이 짖는 곳을 향해 창 밖을 내다본 정욱의 입에 탄성이 흘러나왔다."아! 그랬구나 그래서 네가 짖었구나."병원 안의 사람들은 모두 정욱의 시선을 따라 창 밖을 내다보았다.정욱이 창 밖에서 발견한 것은 열흘 전 수컷과 헤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다
감쪽같이 사라졌던 암컷이었다.암컷 진돗개는 맞은편에서 눈을 하얗게 뒤집어 쓴 채
얌전히 앉아 병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저 개가 며칠 전부터 계속 저러고 있네‥‥‥"굳이 원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정욱은 암컷이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입양자가 수컷을 데리고 병원 문을 나서자
암컷이 눈도 털지 않은 채 곁으로 달려갔다.
정욱으로부터 둘의 사연을 전해들은 입양자는 이미 병원 안에서
그 진돗개 부부를 함께 데려가기로 결정한 뒤였다."적어도 죽음이 갈라놓기 전에는 떨어지지 않고
둘이 함께 살게 해줘야지요. 허허허."
입양자는 개 두 마리의 믿기 힘든 사연을 전해 듣고 몹시 흐뭇해하는 모습이었다.정욱은 동물병원 앞에 서서 입양자를 따라가는 진돗개들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보았다.
바닥에는 입양자를 따라간 진돗개 두 마리의 발자국이
굵은 눈발 속에서 차츰 지워지고 있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