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나누기

그 작고 까만 장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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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정희 작성일-1-11-30 00:00 조회3,8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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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나는, 오늘날 내가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장의 전문가라고 부르는 사람 밑에서 일했다.
그의 평생의 모토는 무슨 일이 있더라고 가족 우선주의였는데
나는 지금까지 자신의 모토를 그 사람만큼 철저히 지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그 사람이 진행하는 장례식은 흠잡을 데라고는 없었고
사람들은 그를 진심으로 존경하고도 감탄해 마지않았다.그는 대단한 사람이였다.
그러나 그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재미있는 미스터리 하나는 그가 늘 갖고 다니던 검은색의 작은 장부였다.
그 장부는 말 그대로 조그만 검은 책이였는데 바깥에 열쇠가 달려있었다.
보기에도 꽤 낡은 그 장부를 그는 어디를 가든 들고 다녔다.그의 사무실에 가면 그 장부가 책상 위에 높인 것을 볼 수 있다.
장례식장에 가면 그가 그 장부를 꺼내 간단한 메모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의 코트를 받아들면 코트 호주머니 속에 그 장부가 들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아마 이쯤 되면
직원들 사이나 장의사 근처 커피점에서 나도는 소문이나 추측을 쉽게 상상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장부에 과연 무엇이 적혀 있었는지에 관한 것들이었다.
내가 첫 출근하던 날이 기억 난다.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다른 직원에게 그 장부가 뭔지 물었고
그는 아주 신비로운 표정으로 나를 흘깃 보며 이렇게 대답했다.“이 장부에 뭐가 있을 것 같은가?”별로 똑똑한 편이 못되는 나는 순진하게 대답했다.“모르겠는데요”“이 시골뜨기야. 한번 생각해 봐.”그가 말했다.“자기 여자 친구의 전화번호를 적어 놓은 장부 아니겠어?”그 대답에 나는 기절할 뻔했다.
나중에 나는 안내를 담당하는 여직원하게 그 장부에 대해 물었다.
그녀의 대답도 걸작이었다.
사장이 경마에서 돈을 거는 말의 신상에 대한 기록을 적어 놓는 장부일 것이라고 했다.
나는 또다시 놀랬다.“내가 모시는 사장님이 난봉꾼에다 노름꾼이라니!”믿을 수가 없었다.그 장부에대한 소문은 그 후에도 삼 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언제나 다른 이야기에 소문과 추측은 날이 갈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엉뚱해져 갔다.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장례식을 진행하다가 사장님은 갑자기 심장마비가 일어났는데 그대로 돌아가셨다.
나흘 뒤 우리는 그를 위해 훌륭한 장례식을 치렀다.
청동으로 만든 관에 눕히고 예배당은 꽃으로 장식했다.
관을 예배당으로 들고 갔을 때 그 안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차 있었고
맨 앞줄에는 주지사가 앉아 있었다.나는 예배당 맨 뒤에서 장의차를 지키고 있었는데 주로 내가 하는 일이었다.
사장님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그리고 우리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목사님의 말씀이 계속되는 동안 나는 계속 흐느꼈다.
목사님의 말씀은 구구절절이 맞는 말씀이라고 동의하면서 말이다.
말씀이 끝나고 목사님은 미망인에게 앞으로 나와 남편에 대해 몇 마디 하라고 하셨다.
사모님이 일어나서 연단으로 오르는 것을 보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아마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하시겠지?’그때였다.사모님의 손에 들린 바로 조그만 검은 장부가 보였다.
내 슬픔의 눈물은 순간 공포의 진땀으로 변했다.
사모님은 연단으로 나가서 위엄이 있는 모습으로 서더니 모인 회중을 보며 말을 시작했다.“오늘 남편의 장례식에 참석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남편에 관한 비밀을 하나 공개하려고 합니다.”나는 입에 침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오 하나님.드디어 오고야 말았군요!’그녀의 말이 계속되었다.‘”이 작은 장부 보이시죠?아마 여기 모이신 많은 분들은
남편이 언제나 이 장부를 가지고 다니는 것을 보였을 겁니다.
이 장부의 첫 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1920년 4월 17일 메리 플랜너리 혼자 됨.>
다음에는 이렇게 적혀 있군요<1920년 8월 8일 프레드릭 프리차드 혼자 됨.>
다음 <1920년 11월 15일 프리다 게일 혼자 됨>
보시다시피 남편은 장례식을 준비하다가 누군가 혼자가 된 사람을 알게되면
 이 장부에 그 분들을 기록해 두었습니다,그리고 매년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그분들에게 전화해서는 우리집에서 크리스마스 저녁을 함께 하도록 초대했습니다.
제 남편은 그런 사람이였습니다.늘 다른 사람을 염려했고 배려했으며 돌보았습니다.
이 작은 검은 장부가 그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1071년이니까 남편이 그 작은 검은 장부를 쓰기 시작한 지
50년 동안 한해도 빠짐없이 크리스마스를 그렇게 보낸 셈이 되네요”예배당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그가 죽은지 26년이나 흘렀다.
나는 그를 그렇게 하도록 만든 내면의 힘이 무엇이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장의업에 종사하는 모든 장의사들이 그처럼 따스하고 훈훈한 사람들이 되기를 기도한다.
우리 모두 그분처럼 각자 작고 까만 장부를 하나씩 써 나가면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친정함이 온 세상을 뒤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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