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시인 구상 선생의 시 < 꽃자리 >이다.
한의학에서는 1년을 다섯 계절로 나눈다. 춘하추동으로만 보지 않고
춘하와 추동 사이에 장하라고 하는 계절을 하나 더 넣는다.
봄의 기운은 생(生)이요, 여름의 기운은 장(長)이고, 가을의 기운은 수(收), 겨울의 기운은 장(藏)인데, 여름과 가을 사이의 장하라는 계절의 기운은 화(化)가 된다.
화라고 하는 것은 변화하는 것, 무르익는 것을 말한다. 봄에 뿌린 씨앗이 싹이 트서 여름에는 자라며, 장하에는 무르익게 변화되고, 가을에 들어 그 변화된 것을 거두며, 겨울에는 그 거둔 것을 저장한다는 의미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사이에 장하라고 하는 계절이 있음이 재미있다. 사람도 그렇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라며 성숙해진다. 성숙해져야 성공의 열매를 거두는 것 아닌가. 그 다음엔 또 자연의 하나로 돌아가서 간직되는 것 아닌가.
영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말씀이 들어가면 처음엔 씨가 뿌려지고 그 다음엔 무럭무럭 자라며 키가 자란 다음엔 내적으로 무르익는 성숙의 계절이 온다. 내적인 변화, 말씀의 내면화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성령의 열매를 얻게 된다. 그 다음 단계는 천국, 하나님의 나라에 저장되는 것 아닐까.
사도바울의 예를 본다. 유대교의 신봉자로 바리새인 중의 바리새인으로 성장했다가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님을 만나 극적인 변화를 이룬다.
이른바 장하의 단계다. 무르익기 까지 그는 고향 다소에 낙향하여 13년간을 칩거했다. 그의 칩거의 세월, 다소에서의 13년간은 무르익는 시간이었다. 그곳 그자리는 그에게 장하의 꽃자리였다.
그 다음단계는 우리가 알다시피 멋진 선교의 열매를 거두는 장면이다.
장하의 꽃자리. 시인 구상 선생의 말대로 하나님은 우리가 앉은 자리를 장하의 꽃자리로 만드시는 분이다.
그 자리에서 무르익는, 변화되고 탐스럽게 열매맺어가는 자리, 장하의 꽃자리가 되게 하시는 분이시다.
실패는 실패대로, 성공은 또 성공대로 각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받고 무르익어가게 된다. 장하의 꽃자리, 성숙해져가는 현장이란 뜻이다.
그리스도인은 그런 사람들이다. 매일매일의 시간이 장하이며, 매일매일의 현장이 바로 장하의 꽃자리인 사람, 그곳, 그자리가 바로 장하의 꽃자리임을 알고 믿는 사람, 그런 멋진 비밀을 아는 지혜를 가진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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