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나누기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사순절 묵상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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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정희 작성일12-03-30 11:37 조회3,5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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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kdala.jpg


(사순절 묵상 시)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  죄 많은 여인의 고백 - 

                                                      
내가 어찌 당신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
나 같은 것이 어찌 감히 당신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

몸뚱이는 뭇 사내들의 손에 더럽혀졌고
내 영혼은 일곱 귀신에게 팔아 넘겨
탐욕과 허영과 교만으로 만신창이 되어 있는데
어쩌자고 당신은 나를 찾아오셨습니까?

얼굴은 지분으로 위장하고 몸에는 향수를 뿌리지만
한 꺼풀만 헤집으면 썩는 냄새 진동하는 회칠한 무덤
나는 생각도 없이 사는 쇼윈도의 마네킹인데
어쩌자고 당신은 괜찮다고만 말씀하십니까?

저질러진 죄 스스로도 용서할 수 없고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떠나와서
지옥의 바닥으로 곤두박질쳐지는 마음인데
어쩌자고 당신은 나에게 손을 내어 미십니까?

우러러 보기에도 너무 부끄럽고
손을 잡기에는 차마 감당할 수 없어
후미진 담벼락에 옹색한 몸 감추고 싶은데
숨길 수도 없는 당신의 눈앞에서 나는 어찌합니까?

그래도 바라보면 울렁이는 가슴
온 몸으로도 주체할 수 없는 환희
받아 주신다면 내 눈물로 발을 씻으며
머릿결 풀어 당신의 상처 난 발 닦아드리며
그렇게라도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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