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묵상 시)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 죄 많은 여인의 고백 -
내가 어찌 당신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 나 같은 것이 어찌 감히 당신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
몸뚱이는 뭇 사내들의 손에 더럽혀졌고 내 영혼은 일곱 귀신에게 팔아 넘겨 탐욕과 허영과 교만으로 만신창이 되어 있는데 어쩌자고 당신은 나를 찾아오셨습니까?
얼굴은 지분으로 위장하고 몸에는 향수를 뿌리지만 한 꺼풀만 헤집으면 썩는 냄새 진동하는 회칠한 무덤 나는 생각도 없이 사는 쇼윈도의 마네킹인데 어쩌자고 당신은 괜찮다고만 말씀하십니까?
저질러진 죄 스스로도 용서할 수 없고 돌이키기에는 너무 멀리 떠나와서 지옥의 바닥으로 곤두박질쳐지는 마음인데 어쩌자고 당신은 나에게 손을 내어 미십니까?
우러러 보기에도 너무 부끄럽고 손을 잡기에는 차마 감당할 수 없어 후미진 담벼락에 옹색한 몸 감추고 싶은데 숨길 수도 없는 당신의 눈앞에서 나는 어찌합니까?
그래도 바라보면 울렁이는 가슴 온 몸으로도 주체할 수 없는 환희 받아 주신다면 내 눈물로 발을 씻으며 머릿결 풀어 당신의 상처 난 발 닦아드리며 그렇게라도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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