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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 우리가 돌아가야할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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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정희 작성일09-05-11 19:34 조회3,0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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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교 다닐 때였습니다.
하루는 집에 손님이 오셔서 백원짜리 동전을 몇 개 주셨습니다.
너무 기분이 좋아진 저는 그것을 들고 학교 앞으로 갔습니다.
당시에 학교 앞 길에는 항상 리어카에 무엇인가 싣고 다니던 잡상인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소위 ‘뽑기’라고 하는 것에 늘 목말라 있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깡통에 종이 제비들을 꽂아두고 1-100까지 적힌 번호판에
각종 상품이 적힌 유리 조각을 놓고는 뽑게 하는 것이지요.
상품은 대부분 설탕물을 부어서 만든 잉어, 붕어, 권총… 등등이었습니다.
꽝이 되면 번데기를 주기도 했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너무 재미있다고 생각했고 늘 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날도 너무 기분이 좋아서 노래를 부르면서 학교 앞으로 뛰어갔습니다.
동전을 들고 던지기도 하고, 그 동전끼리 짤랑거리기도 하고, 동전으로 전봇대나 벽을 긁으면서 갔습니다.
그런데 해운대 극장을 지나서 ‘뽑기’가 있던 곳에 거의 다 왔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누군가가 뒷통수를 “빡!” 소리가 날만큼 때렸습니다. 앞으로 푹 꼬꾸라졌다가 돌아보니
왠 검은 양복을 입은 아저씨가 정말 무서운 얼굴로 발을 들어서 저를 차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아저씨요, 와 때리능교!”하고 소리쳤습니다.
아저씨는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이놈의 새끼 너그 집으로 가자!”고 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저는 “와요, 와 그라능교?”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아저씨는 다시 한번 저를 쥐어박으면서 “이 자식아, 니가 금방 동전으로 차를 긁었잖아!”라는 것이 아닙니까?
정신을 차려보니 백원짜리 동전 몇 개에 완전히 기분 좋아졌던 저는 당시에는 정말 귀했던
검정색 세단의 앞문과 뒷문을 연결하여 흰 줄을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자식, 이게 도대체 얼마나 비싼 지 알어? 너그 집에 가자! 니 아버지한테 가자고!”         순간 머리 속에 온갖 생각이 오고 갔습니다. 결론은 너무 간단했습니다.
“이제 나는 죽었다!”는 것이지요. 어릴 적 제가 생각했던 우리 집은 늘 가난하고 어렵게 살아가는 목사 집이었습니다.  
그 아저씨는 계속 욕을 하고 저의 뒷통수를 쥐어박으며 저를 앞세웠습니다.
그곳에서 집까지는 그때 제 걸음으로 걸어서 약 15분 거리였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집으로 갈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 아저씨의 말씀대로라면 집에 있는 돈을 다 긁어 모아도 차를 수리할 수 있는 돈은 나오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지금 저보다 더 덩치가 있으신 아버지의 솥뚜껑만한 손에 한방 맞으면 5m는 날아가기 일수였습니다.
저는 아저씨를 끌고 해운대 이 동네, 저 동네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가 너희 집이야?” “아닌데요…” “뭐라고! 아니 이 자식이 사람 놀리나…”   퍽퍽퍽…. “여기가 너희 집이냐고..?” “아닌데요.” “이자식이 그러면 여기를 왜 왔어!”   퍽퍽퍽….         해운데 외곽을 돌고 또 돌면서, 또 맞고 또 맞으면서 도망칠 기회만 노렸습니다.
그 아저씨에게 좀 더 맞는 것이 집에 가는 일보다는 덜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운촌이라는 곳까지 삥~ 돌아서 도착했습니다.
실은 저희 집은 학교와 운촌 사이에 있었는데 제가 외곽만 돈 것이지요.
그곳에서 또 아저씨에게 쥐어 박히고 있는데, 동네 저를 아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분이 왜 애를 그렇게 때리냐고 묻자 그 아저씨가 화를 내면서 그 동안의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그 분은 친절하게도, 저의 모든 노력이 거품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게…
저희 교회 종탑을 가리키면서 “저기 저 교회 십자가 보이지요?
저기 교회 옆에 사택이 있는데, 얘는 그 교회 목사 아들이요. 그기로 가면 됩니다.”라고 말해줬습니다.         아버지는 담담하게 그 분이 요구하는 돈을 다 주셨습니다.
꽤 많은 돈이라는 것만 알고 구체적으로 얼마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저씨는 씩씩거리면서 돌아갔고, 저는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하지만 생각보다는 가벼운 벌을 아버지께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제가 정말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 차근차근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아직 어린 제가 스스로 책임지려 하지말고 빨리 집으로 와서 아버지께 도움을 청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버지가 돈을 물어주거나 아버지께 야단을 맞는 것보다 다른 어른에게 맞고 다니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아저씨에게 맞고 구르느라 제법 많이 상처가 난 제 얼굴과 몸에 약을 발라주시면서 아버지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혹시라도 또 그런 일이 있으면 꼭 아버지께 먼저 와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아들들을 키우는 지금, 아버지의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혹 가일이나 성일이가 밖에서 잘못한 일이 있고,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저질렀다면
빨리 돌아와서 저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거칠고 힘든 세상에서 아직 어린 아들들이 그 작은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질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저지른 잘못보다 돌아와서 도음을 요청하지 않은 어리석음이 문제를 더 크게 만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하나님은 우리가 돌아가야 할 집입니다.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시는 눈물의 아버지입니다.
이 세상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많은 짐을 준비해놓고 걱정하며 근심하며 한 평생 노예의 삶을 살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수고하고 무거운 모든 짐을 하나님 우리 아버지 앞에 내려놓을 수 있는 믿음과 지혜가 있어야하겠습니다.  
스스로 해결하려 하거나 스스로 책임지려는 것은 어리석음에 지나는 죄악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고 우리의 모든 상처와 아픔에 대해 준비하고 계십니다.  
그 아버지께로 돌아가는 것, 고난 가운데 신음하는 우리들에 가장 먼저 깨달아야 할 지혜입니다.  
하나님, 우리가 돌아가야 할 집이기 때문입니다.이응도 목사 / 필라델피아 초대교회, 가정 상담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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